이전 포스팅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Beauty is nothing without brain.”

두뇌가 없는 아름다움은 무의미하다.


 Can you hear me? 

 Listen to me! 

전 국민이 10년 이상 영어를 공부했어도 위의 두 문장에서 Hear와 Listen의 차이를 단박에 구분할 수 있는 분은 애석하게도 여전히 극소수다. “Can you hear me?”는 “내 말소리 들려?”라는 뜻이고 “Listen to me!”는 “내 말 좀 들어봐!”라는 뜻이다. 즉, Hearing이란 소리를 듣는 것이고, Listening이란 소리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직전 포스팅을 보신 분이라면 우리 뇌에 실제로 영어뇌가 따로 존재하며, 브로카 영역이라는 부위에서 스피킹을 담당하고, 베르니케 영역이 리스닝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실 것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리스닝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과 히어링을 담당하는 상언어중추(머리 위쪽에 위치한다고 해서 상언어중추라 함)를 기준으로 리스닝과 히어링의 본질에 대해 알아본다.

 

그 전에 먼저 다음 두 가지 사실을 반드시 아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인정해야 한다.


첫째, 귀로 들려오는 모든 언어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둘째,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이 외국어 실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첫째 항목에 대해 딴지를 거는 용감한 분은 아마 없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둘째 항목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서는 분도 있을 것이다.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이라니, 나는 모든 소리를 잘 듣고 있는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렇게 소리를 잘 듣는 분이 왜 10년을 공부한 영어는 무슨 소린지 당췌 모르는 걸까? 물론 우리말에서 ‘소리’와 ‘소리의 의미’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모두 그냥 ‘소리’라 하기 때문에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이라는 말이 언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영어에서는 sound와 meaning이 전혀 다르게 인식되지만 우리는 그냥 다 ‘소리’라고 한다.

이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어떤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결국 그 소리의 의미를 구분해낸다는 뜻이다. 만약 어떤 개가 사납게 짖는 소리를 들었다면 우리는 먼저 개 짖는 소리를 들은 후에, 그 개가 왜 짖었는지 그 소리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히어링과 리스닝의 결정적 차이다. 히어링은 뇌 속 상언어중추가 담당하고, 리스닝은 직전 포스팅에서 살펴본 베르니케 영역이 담당한다.

 

영어를 이해하려면, 먼저 히어링을 통해 영어의 소리를 구분해야 하는데, 영어는 분절어인 우리말처럼 딱딱 끊어지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거나 연음을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소리의 의미는 고사하고, 소리 자체를 구분하기조차 어려운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컨대, 귀로 들려오는 모든 언어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상언어중추가 담당하는 히어링은 소릿값 자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리고 그 소릿값의 의미를 파악하는 리스닝의 2단 구조를 통해서 우리의 최종 목표인 리스닝이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첫 번째 포인트는 히어링이 리스닝보다 우선이라는 것이다.

 KEY POINT 01  히어링이 우선이다.

최종 목표는 당연히 히어링이 아니라 리스닝이다. 그래서 토익 같은 공인영어 시험에서도 히어링이 아닌 리스닝을 평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릿값을 파악하는 히어링이 없으면 그 소리의 의미를 파악하는 리스닝은 아예 불가능하다. 그런데 소리란 무엇일까? 소리란 공기의 파동이 귀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뇌에 입력되는 것을 뜻한다.

공기의 파동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뇌로 들어간 후에는 파동이 아닌 소릿값들의 데이터로 전환된다. 즉, 여러분의 똑똑한 뇌가 공기의 다양한 파동이 가진 각각의 데이터를 구분해내는 히어링 과정을 먼저 거치고, 그 다음에야 비로소 그 소리 데이터들의 의미를 파악하는 리스닝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물론 이 과정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다양한 소릿값들은 뇌 속에 들어온 후에 데이터들로 전환되어 뇌 속에 쌓인다.


두뇌에 쌓인 데이터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 들어오는 데이터를 기존 데이터들과 비교, 검토해서 더 섬세하게 구분해낼 수 있다. 우리말에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다. 생전 처음 먹어 본 고기가 무슨 고기인지 바로 아는 사람은 없다.

히어링과 리스닝도 똑같다. 음악도 다양하게 들어본 사람이 더 깊이 즐길 수 있고, 운동도 여러 가지 해본 사람이 몸을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미술도 여러 색을 써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색칠을 할 수 있고, 공부도 여러 과목 열심히 해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고, 심지어 연애도 여러 사람 만나본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다.


영어라고 다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질색팔색을 하며 자기는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어도 영어를 충분히 잘한다고 주장하는 영어강사들이 아직도 많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공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영어를 접할 때 이런 원리에 의해 익숙해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올바른 지식을 끊임없이 탐구하지 않고 경험에 의지해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은 선생으로서 실격이다.

 KEY POINT 01  히어링이 우선이다.

 KEY POINT 02  소릿값 데이터를 뇌에 축적하라.

이것은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원리나 다름없다. 뇌과학적 접근이란 것도 알고 보면 사실 별 것 아니다. 이런 걸 두뇌의 이치에 맞게 밝혀내고 활용하면 그게 뇌과학적 접근일 테다. 나는 영어를 뇌과학적 원리에 맞게 설명 드릴 뿐이다.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너무도 당연히 이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하여 학습해야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초보자일수록 기본적인 영어의 소리들에 노출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시기 바란다. 하지만 음악, 운동, 미술, 공부, 연애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너무 이것저것 다 욕심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히어링과 리스닝도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내기보다는, 처음에는 1시간 이내의 짧은 음원 한두 개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게 유리하다. 5분짜리도 상관 없다.

음원에 시간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집중력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저마다 두뇌의 사정에 적합한 길이의 음원을 선택하시기 바란다. 첫 만남부터 결혼을 할 수는 없다. 처음에는 짧은 음원을 자주 듣는 것을 권장한다.

이때는 처음부터 내용까지 다 파악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뇌 속에 영어의 소리값들을 수집해서 쌓는다는 생각으로 그냥 짬날 때마다 편안히 듣는 편이 낫다. 그리고 내용을 몰라도 소리 자체가 내 귀에 어떻게 들리는가에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집중하지 않은 상태로 들은 소리는 뇌에 거의 쌓이지 않는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항간에 떠도는 흘려듣기 같은 근거가 빈약한 학습 스킬은 피해야 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뇌과학적 리스닝 스킬에 대해서는 또 다른 포스팅에서 설명할 예정이다.

이렇게 어느 정도 소릿값 데이터를 쌓아가다보면, 점차 각각의 소릿값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구분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도 우리의 뇌가 소리를 자동으로 구분해준다. 그리고 이러한 소릿값 구분 능력이 바로 영어 실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KEY POINT 01  히어링이 우선이다.

 KEY POINT 02  소릿값 데이터를 뇌에 축적하라.

 KEY POINT 03  소릿값 구분 능력이 영어 실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소리 구분 능력이 외국어 실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2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과 모국어 하나만 구사하는 사람들을 각각 두 집단으로 나누고 이들에게 전혀 새로운 외국어에서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들을 골라서 들려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2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은 모국어만 하는 사람들보다 아예 처음 듣는 외국어의 어려운 소리들을 훨씬 더 잘 구분해낸다. 이런 논문은 이미 여러 편이 나와 있다. 그리고 보면, “귀명창이 명창 된다.”는 우리 속담은 정말 과학적이다.

스승의 노랫가락을 섬세하게 잘 들어내야 잘 따라서 훈련할 수 있고, 노래의 디테일이 살아나서 명창이 되는 것일 테다. 그리고 이 과정은 소릿값을 전문적으로 구분해내는 상언어중추가 적극적으로 핸들링한다.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려고 노력할 때 상언어중추가 리스닝 센터인 베르니케 영역 및 스피킹 센터인 브로카 영역과 상호작용하면서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마다 소리를 구분해내는 능력은 다르다. 그리고 소리 변화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외국어 소리를 구분한 다음, 자신의 입으로 발음하는 능력도 당연히 좋다. 이런 원리를 깨달으면 히어링과 리스닝에 자연스럽게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지만, 반대로 이 원리를 모르면 문법책과 독해책만 열심히 파면서 영어를 잘하는 꿈만 꾸다가 아까운 인생이 지나가버린다.

소릿값은 단순히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어떤 소리를 구성하는 요소의 총합이다. 영어에서 이 소리 요소의 총합은 입술을 통해 나가서 공기에 파동을 만들고, 이 파동이 귀를 통해 뇌로 들어간다. 입술은 소릿값의 최종 배출구일 뿐, 그 전에 혀와 볼, 구강, 성대, 흉곽, 복근, 횡경막, 갈비사이근육 등등, 많은 인체 조직들이 소리를 만드는 데 동원된다.

 KEY POINT 01  히어링이 우선이다.

 KEY POINT 02  소릿값 데이터를 뇌에 축적하라.

 KEY POINT 03  소릿값 구분 능력이 영어 실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KEY POINT 04  소릿값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소리값의 구성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음의 고저, 강약, 진동, 리듬, 호흡이 전부 최종 발음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발음이라고 하면 입과 혀에서 나가는 발음만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일반인들이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문법과 단어 스펠링만 강조하기 전에 영어뇌의 과학적인 원리를 본인이 먼저 알아야 한다. 최근에도 문법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어느 교사를 본 적이 있다. 안타까움을 너머 좌절감을 느낀다.


이제 지금까지 살펴본 네 가지 키포인트들을 연결 지어 학습법을 단순화시켜보자.


우선 처음부터 영어 말소리의 뜻을 이해하는 리스닝이 안 된다고 좌절하지 마시고, 일단 히어링 훈련을 통해서 머릿속에 소리 데이터를 많이 축적하시기 바란다. 이렇게 소리 데이터가 축적된 다음에야 영어의 소릿값을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각 소리 사이의 미묘한 차이점들이 구분되기 시작하면 비로소 리스닝 능력이 발달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무조건 이 순서대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순서가 바뀌거나 섞여서 진행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원리가 이렇다는 사실을 이해한 상태에서 영어 훈련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리를 모르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이 안 되고, 오히려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 그리고 영어의 숲에서 길을 잃고 결국은 영어를 포기하게 된다.

특히나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이 원리를 염두에 두고 티칭에 임해야 학생들이 문제에 봉착했을 때 올바른 길을 제시할 수 있다.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본 포스팅은 지금은 절판시켰지만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필자의 저서, ‘뇌 속에 영어가 산다의 본문을 업그레이드한 것입니다. 향후 개정판 출간을 위한 초고이므로 따끈한 신작의 초안을 미리 보신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전한 비평과 의견 교환, 협업 요청, 질문 등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그리고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비생산적 딴지와 비판을 위한 비판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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